제목 없음

 

<訪金居事野居 방김거사야거>  

                                                      - 정도전(鄭道傳)

 

秋陰漠漠四山空 추음막막사산공

落葉無聲滿地紅 낙엽무성만지홍

立馬溪橋問歸路 입마계교문귀로

不知身在畵圖中 불지신재화도중

 

가을 구름 아득히 떠있고 온 산은 고요한데

낙엽은 소리 없이 온 땅이 붉게 물들었네

시내 다리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물으니(찾자니)

모르겠도다! 내가 그림속에 있는 지도.(마치 내가 그림 속에 있는 듯)

【 註釋 】漠 막(사막/조용하다), 漠漠 막막(너르고 멀어서 아득하다), 四山空 사산공(사방의 산이 비다/인적이 없음), 滿地紅 만지홍(땅에 붉은 낙엽이 져서 가득 붉음), 立馬 입마(가는 말을 세우다), 問歸路 문귀로(돌아가는 길을 묻다), 畵圖中 화도중(그림의 화면 속)

【 評說 】가을 구름이 하늘에 고루 깔리고, 가을이 깊어 나뭇잎마저 떨어져 사방이 텅 빈 듯한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자세히 다가가 보면 황량한 산기슭과 바닥에는 소리 없이 지는 낙엽이 온 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늦가을의 경치를 그림처럼 스케치해 놓았다.

가을구름과 텅 빈 산이라는 을씨년스러운 원경에 단풍잎으로 땅바닥이 붉게 물든 근경이 대조를 이루며 仙境선경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이 이루어졌다.

이때 작자가 시냇가에 말을 세우며 그림 속에 등장한다. 아름다운 산수화 같은 경치 속에서 넋을 놓고 풍경을 감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길을 묻는데, 그때서야 이곳이 그림속

의 선경에 와있음을 깨달았다고 할까?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玲瓏圓轉영롱원전하여 넉넉히 唐詩당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으며, 이야말로 ‘詩 가운데 그림이 있다’(詩中有畵)는 것을 이를 두고 이른다 하겠다. <출처 : 대기원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