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어리석고 고지식한 사람을 가리켜 '쑥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쑥맥'은 '숙맥(菽麥)', 더 정확히 말해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잘못된 표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숙맥'을 강조하려는 뜻에서인지 흔히 '쑥맥'이라고 발음하고 표기한다. 그러나 이 말은 '숙맥불변'이라는 한자숙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숙맥' 또는 '숙맥불변'이라고 해야 옳다. '숙맥'이란 콩과 보리를 뜻하는 명사이며 '숙맥불변'이란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에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말하면 "저런 숙맥 보았나"처럼 '숙맥'만을 쓰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숙맥을 숙맥불변의 준말로 인정해 흔히 그렇게 쓰고 있다. 그것은 마치 '추책없다'를 '주책'으로 쓰는 것처럼 뒷부분의 부정소를 생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숙맥'과 같은 뜻으로 '쑥'이라는 말도 쓰는데 이것은 '숙맥'을 더 줄여서 '숙'만 따고 그것을 강하게 발음한 데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 영 쑥이구먼"이라 쓰는 게 그 예다. 한자숙어를 혼돈하는 경우 중에 '풍비박산'을 '풍지박산'으로 흔히 쓰는 예가 있다. '풍비박산'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 흩어지고(風飛), 우박처럼 깨어져 조각조각 부서지는 일(雹散)을 가르키는 '풍비'와 '박산'이 합쳐진 말이다. 모든 게 사방으로 흩어져 제대로 있는 게 없다는 뜻으로 보통 쓰인다. 그런데 이 '풍비박산'을 흔히 '풍지박산'이라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말은 있지도 않고 또 '풍비박산'의 뜻을 나타낼 수도 없다. 따라서 '풍비박산'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잔칫집이나 상가 등의 큰 일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 도와 주는 것을 '부조(扶助)'라고 한다. 부조로 주는 돈을 부조금 또는 부좃돈이라고 하고, 부조로 보내는 술을 부좃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흔히 부주, 부줏돈, 부줏술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이 말도 표준어로 인정했지만 지금은 漢字 본래의 뜻과 음을 표준으로 삼아 부조, 부좃돈, 부좃술은 맞고 부주, 부줏돈, 부줏술은 틀린 말이다.<한국교육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