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공통상용한자 본격 추진 내일부터 서울서 국제 토론회 열려 ‘파괴할 괴 자’라도 글자꼴은 한-중-일 모두 조금씩 다르다. 그나마 이 정도면 모양이 비슷해서 알아볼 수는 있지만 중국식 간체자가 되면 사정이 다르다. 일본에서만 쓰이는 조자(造字)도 만만찮다. 취체(단속하다), 몸신 옆에 아름다울 미(몸가꾸기) 같은 글자가 대표적이다. 이쯤되면 같은 한자권화권에 속하면서도 의사소통이 쉽지않다. 한·중·일 한자문화권의 혼란스런 한자 사용실태를 극복하고 원활한 정보교류를 위해 지난 91년 시작된 공통 상용한자 제정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국제한자진흥협의회(회장 정병학) 주최로 27~29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는 ‘한자문화권 내 생활한자문제’ 제6회 국제토론회에선 한·중·일 세나라가 각기 자국의 상용한자와 자형안을 제출, 공통 상용한자 확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91년 서울에서 상용 한자 제정을 위한 첫 국제회의가 열린지 10년만이다. 우리 측의 상용한자안은 지난 96년 열린 제3회 국제한자토론회에서 고 남광우 박사가 제기한 상용한자 1996자안. 남 박사는 일본(1945자) 중국(2500자) 타이완(4808)의 상용한자를 분석, 세나라의 공통한자 1632자에 한·중(129자) 한·일(136자) 중·일(99자) 공통한자를 뽑아 1996자를 마련했다. 여기에 인명·지명용 공통한자 367자를 별도로 선정했다. 글꼴은 강희자체을 기본으로 삼고, 두나라 이상에서 쓰이는 간자와 약자는 원칙적으로 수용했다. 일본은 1981년 제정한 상용한자 1945자와 인명용 284자를 토대로 자수안을 제시했고, 중국은 간체자 2238자를 주축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섰다. 현재 공통 상용한자 글자수는 우리나라의 2363자, 중국 2238자, 일본 2229자 등 2200~2300자 내외로 수렴됐고, 글꼴도 강희자체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데 의견접근이 된 상태다. 특히 각 나라마다 사정이 있으므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던 중국이 한자 글꼴 차이를 반드시 좁혀가야 한다며 적극적 태도를 취해, 공통 상용한자 제정작업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정병학 회장은 “이번 회의가 끝나면 자수안과 글꼴안을 통일시키는 기구를 만들어 공통상용한자 제정작업에 바로 들어갈 수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공통상용한자는 20세기 중반이후 중국의 간체자 제정, 일본의 독자적 약자 사용, 우리나라의 한글전용정책 등으로 같은 한자문화권에서도 의사소통에 장애를 겪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제기됐다. 최근들어 IT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한자문화권내의 문화적 교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면서 한자 표준화의 필요성은 한층 절실하게됐다. 하지만 한자종주국을 고집하는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의 입김 등 공통상용한자 제정 작업은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번 회의에는 이응백 한국어문회 이사장과 김흥규 고려대 교수, 중국 사회과학원 어언연구소 동쿤 부소장과 교육부 어언문자응용연구소 야오시쑤앙 부소장, 장쑤옌 한자실 주임, 타이완의 왕추칭 보인대 중문과 교수, 일본의 아츠지 데츠지 교토대 교수, 다카하시 스스무 전 메지로대 학장 등이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