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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명구2009. 03. 26. (목)

벼랑 위에서 싸우다                                                2009. 10. 01.(목) 

 

가련타, 이해가 상충되는 곳이라면,
작은 이익 집착할 뿐, 몸은 아니 돌아보네.

可憐利害相形處 只見絲毫不見軀 가련이해상형처 지견사호불견구

- 권구(權榘),〈투자(鬬者)〉,《병곡집(屛谷集)》

[해설]

     

‘당국자미(當局者迷), 방관자명(傍觀者明)’이라는 말이 있다. 당사자들보다 훈수 두는 사람이 바둑수를 잘 보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제삼자가 되면 이해관계에서 초월하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으로 형세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은 항상 이해가 대립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가 작게는 두 사람, 크게는 수천, 수만 명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렬하게 싸운다.
병곡(屛谷) 선생이 위 시구의 앞 구절에서 설정한 것처럼 싸우는 장소가 천길 벼랑 위일지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작 얻을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큰데도 말이다.

무사히 어느 쪽으로든 결판이 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둘 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만약 싸우는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나라의 경영자들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옮긴이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