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은 중국의 시인이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인물이다. 주선(酒仙), 적선(謫仙), 시선(詩仙)이라 부른다. 술로 시를 빚었어도 향기로웠고, 시로 술을 읊었어도 그윽했다.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의 고향은 쓰촨이었다. 그에게 쓰촨은 선계와 다름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 날 서역에서 건너와 천하를 굽어보며 술에 취해 달과 놀다가 홀연 사라졌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이 취한 이백에게 임금인 현종은 손수 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술자국을 닦아 주었다. 경국지색 양귀비는 곁에서 먹을 갈았다. 그 먹으로 거침없이 시를 지었다. 만취한 시인의 붓에서는 절구가 쏟아져 나왔다. 이백은 죽음조차 시적이다. 달빛이 내리는 초저녁 호수에 배를 띄웠다. 하늘이 호수에 담겼으니 호수는 곧 하늘이었다. 호수에는 어여쁜 달이 들어 있었다. 그는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생을 마쳤다. 어찌 보면 달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속설이긴 하지만 그냥 믿고 싶다.

그의 시에 녹아 있는 것은 역시 자연이다. 그는 자연과 놀다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쓰촨성의 지진은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싼샤(三俠)댐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싼샤댐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진으로 싼샤댐이 위험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1300년전 이백은 싼샤 700리 물결을 따라 유배를 가면서 ‘사흘이나 황우산을 오르고 사흘이나 줄곧 가건만 하마 제자리를 맴돌고/사흘 낮 사흘 밤을 가노라니 불현듯 머리가 세었네’(三朝上黃牛, 三暮行太遲. 三朝又三暮, 不覺髮成絲)라고 읊고 있다. 사흘을 가도 제자리에 서있는 듯 멀고 험했던 길들이 이제는 모두 물에 잠겨 버렸다. 거대한 댐은 그 속에 달을 띄우기에는 너무 크다. 달은 콩알만 할 테니 이백이 달에서 내려올 마음이 있겠는가. 그가 살던 집이 무너졌다는 게 예사롭지 않다.

<김택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