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夜吟 (산사야음) 산사의 밤- 鄭澈 정철
蕭蕭落木聲 (소소낙목성) 나뭇잎이 지는 쓸쓸한 소리를
錯認爲疎雨 (착인위소우) 성근 빗소리인줄 잘못 알고서
呼僧出門看 (호승출문간) 스님에게 문을 나가 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시내 남쪽 나무에 달만 걸렸다네
**蕭 쓸쓸할 소/錯 틀릴 착/疎 성길 소/呼 부를 호/看볼 간/掛 걸 괘
[해설]松江 鄭澈은 東.西의 黨爭이 치열하던 16세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松江은 또한 자신이 西人의 영수로써 한때 재상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政黨人 이기도 하였다. 松江은 東人과의 대립, 혹은 기타의 이유등으로 인하여 官職生活과 隱居.流配生活에 있어서의 進退를 여섯 차례나 반복하여 겪는 등, 누구보다도 屈曲이 심한 정치적 浮沈을 겪었다. 이러한 政治人으로서의 歷程 속에서도 松江은 漢詩는 물론 時調, 歌詞등에 걸쳐 폭 넓은 문학적 성취를 이룩하여 後人들로부터 아낌없는 讚辭를 받아온 인물이다.
松江의 문학적 특징은 그의 정치적 歷程과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그가 정치적으로 得意 하였던 時節의 작품 속에는 사회를 개혁하고 化民成俗 하려는 의욕적 性情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상과 포부의 실현이 좌절된 失意의 시기에는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原狀으로 回歸하려는 강렬한 집념이 투영되어있거나, 혹은 滯念하여 술을 즐김으로써 오로지 風流的 삶을 실현하는 것으로 자신을 慰勞하거나, 현실의 좌절감을 달래가며 서서히 자연 속으로 몰입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그 안에서 새로운 慰安을 찾고자 하는 모습 등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그가 정치적으로 失意에 빠져 있을 때 沒頭하였던 또 하나의 문학이 바로 公利的 效用性이 배제된 체 이루어진 순수한 表現論的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는《松江續集》卷1에 <山寺夜吟>의 제목으로 실려있는 시이다. 松江은 이 시에서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가며 경험했던 山寺에서의 에피소드를 정겨운 필치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淸逸한 심적 경계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1.2句에서는 가을밤의 낙엽 지는 소리와, 방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자신의 聽覺的 느낌을 묘사하고 있다. 1句의 ‘蕭蕭’는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다른 시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표현이다. 2句에서는 ‘낙엽소리를 빗방울 소리로 착각하였다’라고 함으로써 자신이 일으킨 聽覺的 混亂을 표현하였는데, 독자로 하여금 독특한 感覺的 美感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기발한 着想이다. 이는 낙엽이 떨어지는 상황을 좀더 실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서 작자가 표현한 다소의 의도성이 느껴지는 표현이며, 또한 3.4句에 이어질 내용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빌미라고 볼 수 있다.
3句에서는 분위기가 一轉 되고 있다. 작자는 자신이 직접 문을 열고 밖의 상황을 확인하는 대신 중을 불러 나가 보라고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설정은 ‘낙엽소리를 두고 山寺에서 벌이는 가을밤의 작은 소동’ 이라는 정겨운 韻致를 자아냄과 동시에, 중이 돌아와 전하는 바깥의 상황에 대하여 독자들이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사전의 장치에 의해 4句에 나타나는 ‘전혀 뜻밖의 대답’은 그 突出性이 더욱 부각되어 나타난다. 작자는 그러한 뜻밖의 대답 즉 ‘비가 오지 않는다’라는 대답이 아닌 ‘시냇가 남쪽 가지에 달만 걸려있네’라는 엉뚱한 대답을 引用하여 자신이 들은 것이 완전한 錯覺이었음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대답은 ‘비가 오지 않습니다’ 혹은 ‘그것은 낙엽의 소리 입니다’라는 등의 예상되었던 대답에 비해, 작자가 한 錯覺의 ‘착오적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즉, 작자가 들은 것은 ‘비오듯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였음 을 강조함으로써, 결국 낙엽이 무성하게 지는 가을밤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시냇가 남쪽 가지에 뜬달’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가을밤의 서정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있다.
한편 중과의 대화형식으로 쓰여진 이 시는 宋大 歐陽脩가 지은 <秋聲賦>의 표현방식을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秋聲賦>의 첫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 놀라 귀기울여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낙엽 지고 쓸쓸한 바람 부는 소리 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또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 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말하였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가을밤에 들려오는 소슬한 낙엽 소리 등을 듣고 일어나는 감회를 동자와의 대화형식을 빌어 쓴 것으로 자연의 推移와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한 작품이다.
松江의 <山寺夜吟>은 비록<秋聲賦>의 표현방식 중 일부를 빌어 쓴 작품이기는 하지만 ,위에 나타난바와 같이<秋聲賦>에서 나타난바, 가을밤의 서정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묘사나, 무겁게 표현된 가을의 처량한 분위기 등은 나타나 있지 않다. 五言絶句라는 짤막한 형식을 통하여, 오로지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대한 청각적 묘사를 통하여 가을밤의 정취와 자신의 초탈한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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