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畿·中國
鄭 錫 元
京 서울 경 畿 왕기 기
왕궁과 그 주위의 땅
崔南善이 지은 朝鮮常識問答에 보면 各道의 명칭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道란 본디 '길'을 뜻하는 글자인데 행정구역에서 道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道內에서 으뜸가는 고을을 연결한 길을 뜻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忠淸道는 忠州와 淸州, 全羅道는 全州와 羅州, 慶尙道는 慶州와 尙州, 江原道는 江陵과 原州, 咸鏡道는 咸興과 鏡城, 平安道는 平壤과 安州 등을 각각 연결하는 길과 그 일대를 뜻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開化 이후 크게 바뀌게 된다. 釜山과 仁川이 나라의 關門으로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는가 하면, 약 30년 전부터 현대화의 물결 때문에 蔚山이나 浦項, 安山, 昌原 등과 같은 이른바 대규모 공업도시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제 서해안 시대가 到來하여 서해 연안 지역의 어느 곳이 대도시로 등장할지 자못 궁금하다.
그 결과 이제는 으뜸가는 고을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옛 방식대로 따른다면 경상도는 蔚山과 浦項을 연결하는 蔚浦道, 전라도는 全州와 光州를 따 全光道, 충청도는 大田과 淸州를 따 大淸道로 각기 바꾸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으므로 현재 道名에 속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안심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은 京畿道다. 京은 물론 도읍지를 가리킨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경'이라고 읽는다. 그런데 京자는 본디 흙을 쌓아 높게 만든 구릉을 뜻했다. 인위적인 구릉지인 셈이다. 그래서 '高'자와 관계가 있으며 모양도 비슷하다.
높게 만든 까닭은 사방을 잘 살피기 위해서다. 왕이 이곳에다 더욱 높은 집을 지음으로써 주위의 民情과 敵情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왕이 사는 곳이므로 都邑地라는 뜻이 있게 된다.
한편 畿는 '田'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밭과 관계가 있는 글자임을 알겠다. 곧 왕궁을 중심으로 사방 일정한 지역의 땅을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사방 천리의 땅을 가리켰다. 물론 단위가 지금의 里보다는 작았지만 매우 넓은 땅임을 알 수 있다.
畿는 왕이 직접 관할하는 땅이다. 이곳의 수확물은 일정한 비율로 궁중에 바쳤다. 그러니까 왕실을 먹여 살렸던 땅인 셈이다. 현재 서울과 그 주위의 땅들이 여기에 속한다. 일명 畿輔라고도 했다.
中 가운데 중 國 나라 국
天子의 소재지
흔히 中國의 뜻을 '가운데에 있는 나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본디 뜻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中의 모습은 일정한 지역( )의 땅을 막대기( )가 상하로 관통하고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본디 뜻은 '안(內)'이다.
그리고 國은 , 戈, 口, 一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은 일정한 구역을, 戈는 무기, 口는 입으로서 사람을, 一은 지평선을 가리킨다.
곧 일정한 지역에 사람이 살고 있고 땅을 경작하는 데 도적이나 맹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가지고 방어하는 조직이 國이다.
그러므로 國의 본뜻은 일정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지역' 또는 '城'으로서 왕이 있는 도읍지를 가리키는 것이었지 결코 '國家'의 뜻은 아니었다.
따라서 中國이라면 '안에 있는 지역이나 城'이라는 뜻이 된다. 후에 內자가 출현함으로써 中은 '가운데'라는 뜻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옛날 중국은 땅이 너무 넓어 제후들에게 나누어주어 다스리도록 했다. 그 제후를 다르리는 자가 天子였는데, 그들을 잘 통제하기 위해 가능하면 제후국의 중앙에 위치했다. 그래서 '中國'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으며 그것은 '천자가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렇다면 訓民正音 서문에 나오는 '나랏말 미 中國과 달라서…'의 '中國'도 사실은 '천자가 계신 곳과 달라서…'로 해석해야 옳다. 中國은 나라 이름이 아니라 일반명사였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당시 중국의 이름은 明 또는 大明이었을 뿐이다. 역대로 중국이 자기들 나라 이름을 '中國'이라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秦, 漢, 唐, 宋, 明, 淸이 그대로 나라 이름이었을 뿐이다.
그 중 국력이 가장 융성하던 때가 漢과 唐이었다. 그래서 漢, 唐은 中國을 대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도 중국을 말할 때 漢, 唐이라고 했지 中자는 사용하지 않았다. 漢文, 漢字, 唐樂, 唐墨 등등….
영어의 'CHINA'는 秦의 중국 발음(친, CHIN)과 나라를 뜻하는 'A'를 덧붙인 것이다. 만일 中國이 나라 이름이었다면 아마도 中國의 현재 영문 표기는 'CHUNG KUO(쭝 꾸오)'로 해야 했을 것이다.
이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가 '韓國'이 된 것은 1897년 大韓帝國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영어로는 'KOREA'가 아닌가. 高麗에서 비롯된 것이다.
'中國'이 정식 나라 이름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1911년 孫文의 辛亥革命 후 탄생한 中華民國에서부터였다. 줄여서 中國이라 했다. 불과 80여 년의 역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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