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출입(父母出入)하면 매필기립(每必起立)하고(부모가 들어오거나 나가면 반드시 일어서야 하고)….” 21일 서울 강서구 신월5동 강신초등학교 여름방학 특기적성 수업시간. 3∼6학년으로 구성된 학생 15명이 ‘효행수첩’이라고 적힌 손바닥만한 수첩을 펼쳐들고 ‘사자소학 효행편’을 암송하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은 다양한 한자를 익히고 4음절씩 나눠 ‘고향의 봄’ ‘여수’ 등의 동요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
이 학교는 올 여름방학 동안 한자 특기적성반 4개반 학생 80명을 대상으로 16시간 동안 ‘사자소학’ 등을 지도하고 수료증을 수여할 계획이다.
한자능력시험 5급 자격(한자 500단어 암기)을 갖고 있는 3학년 김성수군(10)은 “한자로 된 지하철역 이름을 읽거나 중국어로 된 인터넷 게임사이트를 볼 수 있어 무척 좋다”며 “중국 유학을 가기 위해 하루 4시간동안 한자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한자교육 열풍〓최근 한글을 막 떼기 시작한 유치원생이 사자소학을 공부하고 한자능력시험에 응시하는 등 조기 한자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
5월 한국어문회 주관으로 치러진 한자능력검정시험 응시자 30만명 가운데 16만여명이 초등학생이었다. 한자능력시험 성적이 초중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거나 대입 특별전형 등에 반영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한문이 제2외국어에 포함돼 정식 과목으로 지정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중국어 일본어 등을 배우기 위한 기초단계로 조기 한자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자공부 방법으로 가정방문 학습지가 많다. 한자의 원리, 한자자격시험 대비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주1회 방문지도를 받을 수 있다. 월 회비가 2만원∼2만5000원 정도이고 5개 학습지 업체 회원이 80여만명에 이른다.
▽재미있는 한자공부〓딱딱한 한자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나 이야기로 설명하거나 게임, 퀴즈, 노래 등으로 배우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한문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한자의 음과 뜻을 맞추면 점수가 높아지는 한자게임이나 퀴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나무가 감옥에 갇힌한자는? 곤할 곤(困)’ ‘입을 천 개나 가진 한자는? 혀 설(舌)’ 등 수수께끼로 한자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거나 노래로 한자를 배우는 방법도인기.
전북 정인대 안경공학과 최오목(崔五木) 교수는 ‘여름냇가’ 등 동요 14곡에 ‘사자소학’ 23장의 원문을 가사로 붙이고 해설을 곁들여 한자를노래로 배우는 책을 펴냈다.
전국한문교사모임은 한문을 공부하기 위한 다양한 게임을 보급하고 있다. 상대방의 등에 한자를 써서 맞추는 게임, ‘큰 대(大)’ 등 한자를 몸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이 맞추는 게임, 여러 가지 한자를 나열하고 몇 가지를 뽑아 한문을 만드는 게임, 한자를 이용한 빙고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생활 속에서 배우는 한자〓한자도 어학과 마찬가지로 매일 꾸준히 공부해야 학습효과가 크다. 천자문 사자소학 등 한문 교재에 담긴 충효사상등 유교 예절 등을 실생활에서 실천하거나 박물관, 역사유적지 등을 방문해 한자로 쓰인 현판 등을 읽고 해석하는 훈련 등이 도움이 된다.
‘양서류(兩棲類)’ ‘구제역(口蹄疫)’ 등 초중고 교과서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를 골라 한글과 한자를 함께 적고 뜻을 이해하면 우리말 실력은 물론 학습능력도 저절로 향상된다.
전국한문교사모임 이병주(李炳周) 회장은 “한자 단어의 원리, 부수 등은 물론 한문에 담긴 철학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모르는 한자어는 반드시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고 일기에 한자를 섞어 쓰는 등 생활에서 활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이용하기〓인터넷에서 옥편, 고사성어집은 물론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 한자공부에 유용한 교육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를 시각적으로만 공부하면 쓰기 실력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시풍속이나 절기, 한자의 유래 등 한자에 얽힌 이야기 등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격시험 안내 사이트나 동호회 사이트 등도 참고할 만하다.
▼내 한자실력은 몇점?▼
최근 한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자 관련 자격시험도 다양해지고 응시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시험마다 자격급수, 준비방법, 혜택 등이 다르므로 시험요강을 꼼꼼히 살펴보고 응시해야 한다.
▽시험 종류〓1990년대 들어 처음 생긴 한자 자격시험은 현재 8종. 시험별로 한자의 훈독(訓讀), 장단음, 부수, 동의어, 약자, 고사성서, 문장해석, 한자쓰기 등이 출제되며 한자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많다.
시험별로 최고 급수의 경우 3500자∼5000자, 최하 급수의 경우 50∼100자 내외의 한자를 알고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험은 연간 2∼4회 실시되며 응시료는 8000∼5만원까지 급수별로 다르다.
한자자격시험은 모두 민간 자격증이며 한국어문회의 한자능력검정시험 1∼4급만이 지난해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국가 공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초중고생 대상의 한자 논술대회나 경시대회 등도 생겨나고 있다. 내년에는 전국한문교사모임 주관으로 한문 독해력 등 한문 실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자격시험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요령〓시험의 출제범위, 문항수, 자격 내용 등에 따라 준비해야한다. 시험별로 지정하는 한자와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일부 시험의 경우 한문 독해력 등을 측정하는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시험 유형에 따라 독해력도 키워야 한다.
특히 교과서나 신문 등에 나오는 낯선 한자어나 어원이 불분명한 우리말은 항상 국어사전이나 옥편(玉篇) 등을 참고해 어원, 뜻, 쓰임새 등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한국어문회 최홍렬(崔弘烈) 책임연구원은 “한자능력검정시험 응시자의읽기 성적이 쓰기 성적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며 “한자 일기쓰기 등을 통해 기초부터 고급 한자어를 자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한자교육 붐을 타고 한자 관련 시험이 늘어나 어떤 시험에 응시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모든 한자시험은 민간자격이기 때문에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취득한 시험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응시 전에 대학이나 기업의 자격증 인정 여부 등에 대해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한자능력시험 개최경험, 매회 평균 응시인원, 주관기관의 공신력 등도 따져봐야 한다. 교재비, 응시료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응시하는 게 좋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되는 한문 시험은 한자어와 문법 독해력 등을 묻는 시험이기 때문에 한자 실력을 점검하는 한자능력시험과는 다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꾸준히 익히고 자주 사용하라▼
“친구가 ‘대금(大슢)을 달라’고 말했는데 ‘대금(代金)’으로 알아듣고 ‘무슨 돈을 달라는 말이냐’며 엉뚱하게 대답한 적이 있어요.”
최근 대금 연주가 취미인 아들이 친구와 전화 도중 벌어진 일화를 소개해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다. 뜻 글자인 한자어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잘 몰라 생기는 오해가 적지 않다. 최근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자어가 우리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말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한자 공부가 필수적이다.
한자를 배우면 중고교에서 배우는 과학, 기술 분야의 어려운 용어도 쉽게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예절까지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공부를 강요하거나 뜻도 모른 채 한자만 달달 외우게 해서는 오히려 학습효과가 떨어진다. 암기 위주의 한자공부를 강요하면 한자는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관을 심어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먼저 아이의 실력에 알맞게 풀이된 책을 골라 지도하는 게 좋다. 회초리를 들고 한문 구절을 암송하게 하는 것보다 한자의 정확한 의미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면 이해도 빠르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한자의 의미전달 방법은 사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자의 의미전달 방법 등 특성을 이용해 한자를 풀어서 설명하게 되면 아이들은 뜻글자인 한자를 쉽게 암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休(쉴 휴)’는 ‘人’과 ‘木’이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식이다.
최근 한자교육 열풍이 불면서 자격증을 따려고 한자를 공부하는 학생이늘고 있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자 공부도 영어회화처럼 실생활에서 쓰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자녀 스스로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를 찾아 밑줄을 긋고 자주 읽고 뜻을 음미해보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한자는 다른 어학 공부와 마찬가지로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매일 꾸준히 공부하고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해야 학습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양혜순(서울 수색초등학교 교사)
|
|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검색
homepage)
[주제별성어]말
한자급수 기출문제 정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