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問’이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이 어휘는 初喪과 관련하여 쓰는 말이다. 喪主된 사람을 조상하여 위문한다는 뜻이다. 상주는 초상을 당한 집의 주인으로 亡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대체로 그 집의 장남과 직계 가족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들을 조상하고 위문한다는 것은 우리의 오랜 慣習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민족들이 부러워하는 여러 가지 전통이 있는데 초상을 당한 주인공을 찾아 조문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다른 민족들이 부러워하는 전통들을 구태여 밝혀 찾는다면, 冠禮, 婚禮, 喪禮, 祭禮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 네 가지를 四禮라 하여 특히 중시하고 그 각각의 절차와 의식 내용을 간추려 책으로 내기도 했다. 이것이 유명한 『四禮便覽』이다. 이 책은 숙종 때 李縡가 편찬하고 헌종 때에 간행한 것이니 약 150년 전에 발간되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남의 慶事나 凶事에 同苦同樂하는 전통을 세우게 된 듯하다. 冠禮는 자라서 일정한 나이가 되어 치루는 성인의식을 말한다. 이 때부터는 모두가 성인으로 대접하며 인격적로 존중을 받는다. 동시에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지워진다. 婚禮는 성인된 남녀가 配匹을 맞으면서 가지는 의례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라서 행동거지를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남녀가 만나 혼인을 할 때에도 반드시 격식과 절차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이를 널리 알려야 부부로서 행세할 수 있었다. 혼인을 함에는 中媒人이 있고, 請婚, 納采,涓吉, 納幣, 婚禮式 등의 순서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祭禮는 祭祀儀式이다. 돌아가신 선조를 추모하는 의식이다. 대체로 高祖父까지를 기제사로 모시게 되는데, 이 날은 대소가의 일가들이 모여 돌아가신 조상의 음덕과 유훈을 되새기며, 친족끼리의 교류도 겸하기도 한다.
弔問이 필요한 喪禮는 죽은 이의 葬禮를 치르는 절차이다. 生老病死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언젠가는 일생을 마감하는 날이 있게 마련이다. 나이가 들고 이 세상에서의 할 일을 모두 마무리한 후 天壽를 다 누린 好喪이 있는가 하면 미처 봉오리가 피기도 전에 지는 哀喪도 있다. 상을 당하면 그 집안과 밀접한 사람이 護喪이 되어 일을 처리하거니와, 자고로 상이란 엄숙하고 슬픈 의례이다. 사람살이는 千差萬別이라 富貴功名을 누리는 집도 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상례를 치루기도 어려운 가정도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相扶相助하는 제도를 만들어 초상이 나면 서로 조문하고 위로 하며 서로가 자기 일처럼 도와주곤 해 왔다.
예전 기록을 보면 사람이 죽게 되면 산골짜기에 내다 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자손 되는 자가 그 골짜기를 지나는데 뭇짐승들이 그 시신을 파먹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이를 본 자손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이마에 땀이 흘러내리고 이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그리고는 활을 장전하여 밤을 새우며 그 몰려드는 짐승들을 쫒았다. 이를 본 이웃들이 함께 짐승들을 쫒으며 弔問하였다. 弔問의 ‘弔’ 字가 활과 화살이 모여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지더라도 이런 전통은 지켜져야 하리라. <金慶洙(中央大學校 國語國文學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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