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鹿柴
空山不見人
공산불견인
但聞人語響 단문인어향
返景入深林 반경입심림
復照靑苔上
부조청태상
빈 산에 사람 기척 없는 데
다만 말소리만 울려 들릴
뿐이라
저녁 햇빛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를 비추고 있네 |
▶ 왕 유(王 維) : (699-759), 자는 마힐(摩詰), 당의 태원(太原) 사람, 성당(盛唐)의 대시인으로 그림과 서예에도 뛰어나
남종화(南宗畵)의 원조라 불리며, 이름과 자를 합쳐 유마힐(維摩詰)이라 할 정도로 열렬한 불교 신자라 시불(詩佛)로 칭하여져 시선(詩禪)일치의
경지에 이르렀다. 자연시에 뛰어났으며 벼슬은 상서우승(尙書右丞)에 이르렀고 문집에 {王右丞集} 6권이 있다.
* 鹿柴(녹채) :
輞川(망천)에 있는 왕유 별장 중의 하나, 柴(채)는 울짱 채, 곧 나무 울타리, 木柵을 뜻한다. * 空山(공산) :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 *返景(반경) : 저녁 햇빛, 反影, 返照.
*苔 이끼 태
▶ <鹿柴>란 王維가 은거했던
별장 근처의 울타리. 아마 사슴을 키우는 울타리였던 모양이다. 王維가 기거하는 곳은 일반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인가 보다. 그래서
그렇게 큰 산인데도 인적이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숲이 우거졌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도란거리는 소리의 주인공도 王維도 서로 상대를 확인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각기 원하는 자연을 찾아 왔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때는 저녁 무렵인가 보다. 석양이 붉게 물들며 殘光이 숲을 뚫고 들어와 구석
구석을 비추고 있다. 시인은 殘光이 照射하는 곳 중에 유독 바위에 낀 파란 이끼에 눈이 갔다. 이끼란 대개 바위 밑 어둑한 곳에
끼는 법인데 그런 이끼를 다시 비추었다는 것은 저녁 무렵 어둑어둑하던 숲이 순간적으로 밝아진 것을 말한다.
黃昏은 하루 햇살의
마지막이요, 인생으로 보아도 말년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튿날이면 또 다시 새로운 햇살과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이러한 일련의 깨달음은 殘光이 검은 숲을 순간적으로 뚫고 들어와 바위 밑둥이의 파란 이끼를 비추듯 시인의 마음을
스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된다. 자연을 관찰하고 생활로 체험하고 그런 가운데 어느 한 순간의 자연현상을 통해 頓悟(순간적인
깨달음/불교용어)의 과정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저 평범한 自然詩라기 보다는 무엇인가 깨달음을 담은 작품이다. --출처<한중우호협회보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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