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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성질급한 한국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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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일흔 아홉 번째 이야기
2012년 3월 1일 (목)
성질급한한국사람
급히 처리하는 것은 비록 한때 그 마음이야 통쾌하겠지만
끝에 가서는 후회를 남기지 않을 때가 없다.
느린 것은 비록 마음에 통쾌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거두게 된다.

速雖快於一時 而未嘗不貽悔於其終
속수쾌어일시 이미상불이회어기종


遲雖不快意 而率皆有成而不敗
지수불쾌의 이솔개유성이불패

- 성현(成俔 1439∼1504)
 <아언(雅言) >
《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

 

  한때 TV 광고에 ‘성질급한한국사람’이라는 문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한국 사람의 급한 성질을 비판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성질급한한국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이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마침내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고야 말았다는, 은근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담은 표현이었습니다. 광고 문구만 보고 ‘성질급한한국사람’처럼 ‘성급히’ 판단했던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수 세기에 걸쳐 이룩해 놓은 경제 발전을 우리는 근대 수십여 년 동안에 압축적으로 달성하였습니다. 게다가 중도에 일제의 핍박, 전쟁의 참화 같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힘차게 비상하고, 잿더미 속에서 일어섰으니 생각해 보면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민족의 남다른 열정과 근면, 그리고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그 발전의 토대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도 ‘빨리빨리’라는 말만큼은 만국 공통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물론 ‘빨리빨리’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예에서 보듯,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벌이는 마녀사냥 식 인터넷 여론몰이의 폐해는 바로 그 ‘성급함’의 결과일 것입니다. ‘빨리빨리’ 때문에 파생되는 부실과 편법, 분노와 극단적인 선택, 안전 불감증과 이에 따르는 수많은 사건 사고, 인간 중심이 아닌 물질 중심의 가치관 등은 이미 우리에게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못지않게 ‘느릿느릿’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릿느릿’은 곧 ‘신중함’과 ‘꼼꼼함’의 다른 표현일 터이니, 앞뒤도 살피고 주변 정황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신중하게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빨리 달리면 주변 풍경을 놓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풍경만 놓치고 마는 게 아니라, 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망치고 낭패를 겪는다면 더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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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1 -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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